가족 중 심혈관질환 있으면 콜레스테롤 검사 필수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총콜레스테롤, 저밀도< LDL>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를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한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점차 쌓이면 동맥경화에 의한 심장마비, 뇌경색 등으로 돌연사할 위험을 높인다.따라서 평상시 적절한 체중 관리, 생활습관 개선, 약물치료 등을 통해 적당한 콜레스테롤 농도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부적절한 음식이나 생활습관에 의해서만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고콜레스테롤 위험 유전자를 물려받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도 의외로 많다.
이상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한국에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자녀에게 유전돼 나타날 위험도가 50%에 달한다고 2일 밝혔다.
아버지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면 자녀의 절반이 이 질환을 갖게 되는 셈이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한 가지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병중 제일 흔하다. 세계적인 유병률은 어림잡아 인구 500명 중 1명꼴인데, 국내에는 약 1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이 심각한 이유는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젊을 때부터 크게 높으므로, 혈관이 막히는 심혈관질환 등의 합병증이 일찍 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자식 중 50%가 이 병을 물려받는 것으로 추산한다.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유전되는 유전자는 크게 LDLR, APOB, PCSK9 세 가지다. 이 중에서도 90% 이상이 LDLR(low-density lipoprotein receptor)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지점에 문제가 생겨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높아진다.
신체 증상으로는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아킬레스건 등에 황색종(피부의 작은 혹)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눈의 각막과 눈꺼풀에 지방이 축적되는 증상도 동반된다.
이 교수팀이 국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보면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225 이상이면 돌연변이를 보유해 가족성 질환일 가능성이 컸다.
이 교수는 “외국의 환자와 비교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간 낮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조사에서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록환자 중 28%에서 협심증, 심근경색이 관찰됐다.
특히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중에서도 고령, 남성, 고혈압, 낮은 HDL 수치 등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더 높이는 요인이었다.
이 교수는 “가족성 환자에게는 고지혈증약을 써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정상보다도 상당히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워낙 치료 전 콜레스테롤이 높아 목표도달이 안 되는 환자도 많다”면서 “국내 환자의 경우 목표달성률이 21~44%로 아주 미진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가족력과 생활습관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도움이 되지만, 아직 비용이 비싼 만큼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심혈관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를 꼭 받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체중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동맥경화-혈전 저널’(Journal of Atherosclerosis and Thrombosis)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