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있는 기업도 배당 확대… 정부 경제활성화 취지와 어긋나
유동성 위기 동부그룹 포함… “대주주 쏠림 막는 제도 장치 필요”올해 배당으로 100억원 넘게 챙기는 20대 그룹 오너 일가가 11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 목적에서 내놓은 배당 장려 정책이 의도치 않게 ‘재벌 배불리기’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주주로의 ‘배당 쏠림’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기업들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위주로 ‘배당 잔치’를 벌였다는 점이다. 올해 배당을 늘린 35개 기업 중 24개가 오너 지분이 많은 기업이다. 삼성전자,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오너 지분이 집중된 지주사(SK, LG, GS, 두산, CJ 등)가 모두 해당된다. 이로써 삼성(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홍라희 리움관장)·LG(구본무 회장, 구본준 부회장, 구광모 상무) 오너 일가 각 3명, 현대차(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SK(최태원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씨) 일가 각 2명이 각 계열사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는다. 이재현 CJ 회장도 100억원대 배당 부자다.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곤혹을 겪는 그룹 총수도 배당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두산과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140억원에 달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장남 김남호 부장도 동부화재 배당으로만 각각 65억원, 99억원을 챙긴다.
오너 지분이 없는 기업 중에 배당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한 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전기, GS홈쇼핑, LS산전 등은 배당을 줄였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배당 정책의 핵심은 오너 지분이 없는 기업의 배당을 늘리는 것인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주주로의 배당 쏠림 현상이 클 경우 일정 부분 투자로 환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2-19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