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정신건강’ 놓고 동주·동빈 형제 첫 법정다툼

‘신격호 정신건강’ 놓고 동주·동빈 형제 첫 법정다툼

입력 2016-02-03 09:56
업데이트 2016-02-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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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 신청 신격호 여동생 “오빠 언행, 내가 알던 것과 너무 달라”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분쟁의 핵심 열쇠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를 놓고 3일 법정에서 첫 다툼을 벌인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이 정상이냐 아니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6개월여를 끌어온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중요 변수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측은 이날 법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더 이상 스스로 일관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반면 ‘신격호 후계자’를 자임하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 상태임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신격호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에 대한 첫 심리가 열린다.

이는 지난해 12월 18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8번째) 신정숙(78)씨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데 따른 것이다.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로, 과거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제도를 대체한 것이다.

쉽게 말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이 “오빠의 정신 건강을 정상으로 볼 수 없으니, 의사 결정 대리인을 두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셈이다.

신청서에서 신정숙씨는 오빠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후견인 대상으로 지목했다.

후견인 후보 가운데 차남 신동빈 회장은 이미 부친의 성년후견 개시에 찬성하는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한 반면,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주·동빈 형제의 누나 신영자 씨의 경우 이렇다할 공식 입장 표명이 없지만 적극적으로 아버지의 성년 후견인 지정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라는 게 롯데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이날 첫 심리에 신청인 신정숙씨는 법정 대리인(변호사)과 함께 출석해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한 배경을 진술할 예정이다.

신 씨는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여동안 이어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언론 등에 보도되거나 직접 노출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언행이 평소 알던 오빠의 모습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측도 법정 대리인을 통해 아버지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진술하는 한편 의료기록 등 관련 증빙자료 제출도 검토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 법정 대리인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근 언행을 담은 동영상이나 녹취,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위임장 등을 제시하며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하지만 법원이 최종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신 총괄회장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직계가족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하는 데 있어 의견을 개진하게 돼 있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본인의 상태가 제일 중요하며, 그가 성년후견을 받을 필요가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조사 일정 등까지 고려하면, 신격호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에 대한 판결까지는 3~4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법원이 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신 총괄회장은 스스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인정받게 된다.

이 경우 위임장 등을 근거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며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법정이 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아들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설’은 사실로 공인되고,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뜻’임을 강조해온 신동주 전 부회장의 논리는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소송들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성년 후견인 지정 여부 자체 뿐 아니라, 후견인이 누가 되느냐도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원은 신청서에 명시된 5명 모두 또는 일부를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동주, 동빈 두 형제 가운데 한 사람이 후견인에서 배제되거나, 혹은 모두 지정되더라도 후견인 그룹 내 동주·동빈 각 형제에 대한 우호 인사 수에 차이가 난다면 경영권 분쟁의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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