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in] 금융공기업 성과주의 ‘네 가지 허들’ 넘어라

[경제뉴스 in] 금융공기업 성과주의 ‘네 가지 허들’ 넘어라

이유미 기자
입력 2016-02-02 22:34
업데이트 2016-02-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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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성과연봉제 성공하려면

금융위, 권고보다 ‘수위’ 높여… 개인평가제 부실 등 반발 소지
평가 공유·이의 제기 가능해야… “실적 연동 임금체계 도입 필요”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권고하는 수준보다 더 강력한 성과주의를 금융 공공기관에 도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에서 일단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 민간 금융사도 따라오게 하겠다는 게 금융 당국의 의지다. 특별승진 등의 우회 수단으로 당국 압박을 피해 가려던 시중은행들은 꼼짝없이 임금체계에 손을 대야 할 처지다.

일각에서는 반기는 기류도 있다. A은행 부행장은 2일 “개별 은행들이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 준 만큼 경영진도 노조를 설득할 명분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B은행장은 “아침에 출근해 하루 종일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도 은행원들의 연봉은 해마다 오른다”며 호봉제의 폐단을 성토했다. 무임승차자를 양산하는 비생산적인 임금체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연봉제가 확산되려면 ‘네 가지 허들(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장벽이 ‘개인평가’에 대한 은행원들의 불신과 불만이다. 나기수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은행 업무는 대출 한 건을 일으키려고 해도 창구 직원과 점포 관리직, 본점심사부 등 여러 직원이 협업하는 구조인데 개인별 기여도를 어떻게 따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시간으로 실적이 집계되는 기업금융(IB), 트레이딩 업무 등과 달리 후선 업무(대출 실행, 정보 제공, 어음교환 등)나 본점 업무는 평가가 어렵다는 한계도 감안해야 한다.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 등 지역별·영업점별 근본적인 격차도 있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행원이 개별 성향에 따라 영업이나 지원 업무를 선택하도록 하고 영업직은 성과급 비중을 높게, 지원 업무는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방식의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원은 “현행 시스템에 성과급 임금체계만 갖다 붙이면 부작용이 더 크다”면서 “채용, 인사, 임금, 평가 등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시 채용이 보편화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특유의 대규모 공채 문화에서는 연봉제 정착이 쉽지 않은 만큼 전체 틀을 모두 바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전직 은행장은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평가 과정에서 관리자와 직원이 일대일 면담 방식으로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이의제기 역시 가능토록 해야 한다”며 조직원들의 ‘공감 끌어내기’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적 경쟁 심화에 따른 협업 약화와 불완전판매에 따른 보상비용 증가 등도 문제다. 성과주의를 일찌감치 도입한 미국, 유럽 등의 경우 이런 역효과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과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은행권 수익이 감소하는데도 따박따박 오르는 경비(인건비)가 실적 발목을 잡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실적에 연동한 임금체계 도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업적(실적) 평가에 따른 보상에만 치우치면 임금 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역량 평가 역시 인사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과연봉제의 과도기 단계로 ‘승진 제한제’를 활용하라는 의견도 있다. 승진을 못 하면 다음 승진 때까지 호봉이 오르지 않는 승진 제한제는 BNK금융지주가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02-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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