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투자자들의 힘”…주주 권익 강화되나

“성난 투자자들의 힘”…주주 권익 강화되나

입력 2014-11-19 00:00
업데이트 2014-11-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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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 삼성중공업 합병 무산에 위력 과시한전 부지 고가 매수한 현대차에도 ‘한방’

구경꾼 취급을 받던 주주들이 기업의 사업에 영향력을 펼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 등에서 성난 투자자들의 위력을 실감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은 주식매수청구권에 있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주 가운데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한 금액은 총 7천63억원으로 애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인 4천100억원을 넘어섰다.

양사의 주요 주주인 ‘큰손’ 국민연금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양사가 각각 연 임시 주총에서 합병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최근 신세계푸드, 우리금융지주 합병 건에 찬성한 것을 고려했을 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는 사실상 반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며 “주가 흐름을 보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결정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합병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국민연금뿐 아니라 주가 급락에 불안을 느낀 다른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하면서 합병이 불발로 끝났다.

현대차도 성난 투자자들의 힘을 제대로 느꼈다.

현대차가 최근 자사주 매입 발표를 한 것이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방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18일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입찰가에 낙찰받자 국내외에서 주주 이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분노는 현대차 주식의 매도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주가가 급락하자 현대차는 자사주 매입이라는 주주 친화책을 들고 나왔다.

현대차의 처방이 통했는지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외국인의 현대차 지분율은 서서히 오르는 추세다.

기관투자자 외에 소액주주들도 힘을 내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 동양 회사채 피해자들은 출자전환으로 받은 주식의 의결권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양이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 주요 주주로서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소액주주들이 일치단결해 무상증자를 이끌어 낸 사례도 있다.

올해 2월 세동은 보통주 734만6천640주를 무상증자해 구주주들에게 보유주식 1주당 1.2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기로 했다.

이는 세동이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이 제안한 감사후보자 선임 안건을 철회하자 소액주주들이 1년 넘게 주주운동을 펼친 결과였다.

주주들의 권리 찾기는 점점 강도가 세질 전망이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금융당국은 기업 배당에 대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제약 요인도 없어지는 방향으로 법을 손질하고 나섰다.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 결정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미치더라도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섀도 보팅제(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폐지되면 배당과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섀도 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참석 주주들의 찬반투표 비율을 불참 주주들에 대해서도 동등한 비율로 적용하는 제도다.

기업 경영진이 소액주주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있어 내년에 폐지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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