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외국 브랜드 韓에 오면 가격 급등…이제 해결되나

외국 브랜드 韓에 오면 가격 급등…이제 해결되나

입력 2014-01-13 00:00
업데이트 2014-01-13 09: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부가 병행수입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외국상품이 국내에 들어올 때 일종의 독과점시장이 만들어져 정상적인 가격 체계가 왜곡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이 활성화되면 정품을 놓고 여러 수입업자가 가격 경쟁을 펼쳐 가격이 내려간다. 가계의 생계비 부담은 줄고 소비 여건은 더 좋아지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여러 차례 내놓은 병행수입 확대 방안이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만큼의 충격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이 얼마나 성과를 낼 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혀 있다.

◇ 병행수입 왜 부상하나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한국만 들어오면 가격이 뛴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이 지난해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세계 15개국 주요 도시에서 화장품, 생활가전제품, 가공식품 등 60개 제품의 국제물가(환율 반영)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스마트폰, 노트북, 커피메이커 등은 15개국 중 가장 비싸다. 하이네켄 맥주는 3위, 샤넬 향수는 5위로 비싸다.

그런 배경에서 주목받는 게 ‘병행수입’이다.

병행수입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회사가 아닌 유통업체가 외국에서 직접 물건을 사서 국내에 판매하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한국의 병행수입 시장 규모를 2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병행수입 업체들은 현지 아웃렛이나 다른 경로로 물건을 구입해 들여온다. 공식 수입업체처럼 해외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막대한 마케팅비를 쓰지 않으므로 물건값이 싸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마트는 초콜릿 ‘페레로 로쉐(375g)’를 병행수입으로 들여와 시중가보다 20% 싸게 팔았다. 이마트는 ‘캐나다구스’ 패딩점퍼를 백화점에 견줘 20~30% 저렴하게 팔아 인기를 모았다.

경쟁은 제품의 본래 가격도 끌어내리고 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는 지난해 자외선 차단제인 ‘아넷사’의 대표 품목 3종의 가격을 5천원씩 내렸다.

같은 해 미국 의류 브랜드 ‘랄프 로렌’은 아동복 가격을 40% 이상 내렸다. 한국에서 고가정책을 유지하느라 미국보다 가격이 60%가량 비쌌는데, 구매대행과 병행수입 활성화에 불황까지 겹치자 가격을 낮춘 것이다.

◇정부 병행수입 확대정책, 무엇이 문제였나

정부도 병행수입의 장점을 모르는 게 아니다.

관세청은 2012년 5월부터 병행수입된 물품이 ‘짝퉁’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보증해주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시행했다. 관세청이 수입자·품명·상표명·모델·원산지 등의 통관정보가 담긴 QR코드 방식의 표지를 상품에 붙이면 소비자가 매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해당 정보를 바로 확인해 진품 여부를 알 수 있다.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했다고 판단한 정부는 작년 3월부터 통관인증제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와 상표를 확대했다.

홈쇼핑과 쇼핑몰 등 판매업체도 통관표지를 부착할 수 있게 되자 이마트, 롯데마트, 티켓몬스터 등은 라코스테, 탐스,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등 브랜드를 병행수입으로 들여와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중소업체는 통관인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QR코드를 부착하려면 최근 2년간 관세법, 상표법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하고 최근 2년간 병행 수입 실적이 연 1회 이상이어야 하며 관세 체납 사실이 없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현재 병행수입 정책이 대형 유통업체에 사업 확대 기회만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도 많았다. 예컨대 병행수입 제품이 국내에 유통되려면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제품과 같다는 점을 인증받아야 하는데, 같은 제품을 들여오더라도 제조 번호가 다를 경우 일일이 다 검사를 받아야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등은 통관인증 조건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아예 지난달부터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함께 제조된 화장품은 같은 제품을 소량씩 여러 번 들여오더라도 수입 횟수에 상관없이 한 번만 품질검사를 시행하도록 했다.

또 병행수입 제품은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본사의 사후관리(AS)를 못 받는다는 점도 정부와 유통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이 조금씩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시장의 제도 개선 요구를 반영해 오는 3월 보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