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슈퍼박테리아’ 위험성 안이한 판단 논란

보건당국 ‘슈퍼박테리아’ 위험성 안이한 판단 논란

입력 2013-08-06 00:00
업데이트 2013-08-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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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 “CPE는 슈퍼박테리아..폐렴 등 일으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인도로부터 들어와 순식간에 국내 병원 환자 60여명에게 퍼진 유례없는 ‘사고’에도 불구, 보건당국이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병국 공공보건정책관은 5일 최근 13개 병원, 63명에게서 발견된 같은 유전자형의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공중 보건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이번 케이스들은 몸에 (균이) 들어와서 장안에 터를 잡고 있다가 그냥 내보낸 것이므로 감염 사례는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몸에는 장내 세균이 수억 마리 사는데, 다른 장내 세균들도 몸 안에 들어오면 (마찬가지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 위험 인식에 학계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으면 왜 보건당국이 돈 들여 심층조사까지 했겠나”고 반문했다.

오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병을 일으키는 것, 아니면 정상 세균, 이런 식으로 정해지는 균도 있지만 CPE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며 “장에 존재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감염을 일으키고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CPE와 같은 장내세균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장에서부터 입·항문 등 어디에도 있을 수 있는데, 인공호흡기가 튜브를 통해 기도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통해 폐렴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는 게 오 교수의 부연 설명이다.

결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장내세균’일 뿐인 CPE가 폐렴을 일으키고,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추은주 순천향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CRE나 CPE가 간농양·장염·폐렴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만, 확률상 드물다는 사실을 특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더구나 양 국장은 ‘슈퍼박테리아’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가 슈퍼인데, 카바페넴 내성 장내 세균(CRE)이나 CPE는 정상적 사람에게 배출되어 없어지므로 슈퍼박테리아는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오 교수는 “슈퍼박테리아가 정식 학술명은 아니지만, CRE·CPE 보다 독성이 적은 내성균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계속 슈퍼박테리아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며 “CRE·CPE는 슈퍼박테리아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파 경로에 대한 보건당국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양 국장은 다른 병원 환자들에게 어떻게 전파됐는지 묻자 “단일(환자) 소스가 아니다”며 “이미 우리나라 지역사회에는 우리가 인지하기 전 단계에서 인도로부터 들어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딱 한 건 보고된 게 전부인 ‘OXA-232(분해효소 종류)’ 타입의 CPE가 벌써 우리나라에서는 10여개 병원을 뒤져보면 60명이상의 보균자가 나올만큼 완전히 퍼져있다는 얘기다. 최근 인도에서 치료를 받다 들어온 한 사람으로부터 짧은 기간 전파됐다는 시나리오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오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확률상 한 환자로부터 퍼졌다고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양 국장도 간담회 이후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이번에 확인된 13개병원, 60여명 환자가 역학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슬그머니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오 교수는 이번 내성균 집단 전파 사태에 대해 “중요한 부분은, 다른 나라에서 치료를 받다가 국내로 옮겨진 환자로부터 내성균이 유입돼 모르는 사이 60명 이상에게 퍼졌다는 것”이라며 “정부도 정확하게 알릴 것을 알리고 이번 케이스를 통해 배워야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기관이 내성균 보유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 이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 또 환자를 받는 병원들도 내성균 보유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 초기부터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건 당국이 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추 교수는 “인도에서 신종 내성균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그만큼 카피약(복제약)을 비롯한 항생제를 많이 쓰기 때문”이라며 “내성균을 관리하려면 국내 병원 응급실 등에서도 항생제 사용을 자제해야하지만, 당장 상태가 심각한 중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쓰지 않거나 줄이는 일이 쉽지 않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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