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전’ 주가조작 제대로 보여줬다”

“영화 ‘작전’ 주가조작 제대로 보여줬다”

입력 2013-07-29 00:00
업데이트 2013-07-29 09:1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인하대 성희활 교수, 법률로 영화 분석 ”차명거래 형사처벌 조항 신설해야 한다”

“주식을 하다 보면 만날 듣는 소리가 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욕심부리지 말고 안전하게 투자하라는 거지. 다 웃기는 소리다. 푼돈 쪼개서 언제 목돈 버나.”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감독 이호재)에서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주인공 강현수(박용하)의 독백이다.

한류스타 고(故) 박용하의 유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무엇보다 증권시장에서의 주가조작을 핵심 주제로 다룬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다.

스토리는 물론 픽션이지만 등장하는 주가조작 수법들은 현실 세계 소위 ‘작전 세력’들의 행태를 아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새 정부의 주가조작에 대한 엄단 의지 천명으로 증권업계에 ‘작전’ 수법들이 다시금 주목받는 가운데 영화 ‘작전’을 금융법 및 자본시장법으로 고찰한 한 법률 전문가의 글이 눈길을 끈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거래소의 정기간행물 ‘KRX Market’ 근착호에 기고한 ‘영화 작전에 대한 금융법 및 자본시장법적 고찰’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주가조작 수법을 실정법에 비춰 조목조목 해부했다.

영화 속 주가조작 수법이 현실 시세조정 사례에서 등장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망라하고 있다는 게 성 교수가 영화를 분석한 이유다.

영화 속 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작전’ 세력 중 하나인 은행 PB(프라이빗 뱅커) 유서연(김민정)은 주인공 강현수 등에게 다수의 차명계좌를 주면서 “절대 추적되지 않는다”며 이를 통해 매매거래를 할 것을 지시한다.

차명거래는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성 교수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후에도 지금까지 여러 재벌그룹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탈세 및 자금세탁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수백∼수천 개의 차명계좌가 적발되는 경우는 대기업과 은행간 공모가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대형 경제비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도 빠질 수 없다. 영화에서 작전 세력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같은 팀원인 브라이언 최(김준성)의 외국인 명의 펀드로 대산토건이라는 회사 주식을 매수한다.

작전 세력의 의도는 브라이언과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가 외국인 투자로 분류돼 공표되는 점을 이용해 ‘외국인들도 투자하는 회사’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것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을 통한 이런 시세조종 시도는 그 자체를 위법으로 볼 수는 없다. 성 교수는 그러나 “전체적인 사기적 계획하에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는 행위가 이뤄졌을 경우에는 위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도입된 자본시장법 부정거래 조항을 통해 영화 속에 나오는 상황처럼 검은머리 외국인을 활용한 증권사기 사건은 처벌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업을 이용한 작전이나 우회상장도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증권방송 애널리스트 김승범(권형준)은 방송에서 작전 대상 회사인 대산토건을 적극 추천하고 이 회사 사장 박창주(조덕현)를 출연시켜 인터뷰도 진행한다.

성 교수는 증권방송과 애널리스트의 이런 행위가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조언을 하는 유사투자자문업 활동에 해당되는데, 이 경우에도 허위표시나 사기적인 계획으로 한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또 영화에서 작전 세력은 상장법인인 대산토건과 환경관련 신물질을 개발하는 비상장법인의 합병을 통해 대산토건의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시도한다.

이는 통상적인 상장절차 없이 상장된 기업과의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사실상 상장 효과를 거두는 우회상장으로,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이 없는 비상장법인의 이른바 ‘뒷문 상장’을 막기 위해 이를 규제하고 있다.

성 교수는 영화 속 작전 수법을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범죄를 막기 위한 법적 개선점도 제시한다.

차명거래의 경우 계좌개설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신설이 필요하고,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를 이용한 주가조작은 외국인 투자등록신청서를 통해 실질 소유주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의 경우 미국·일본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방송·통신에 의한 조직적 투자 조언은 투자자문업 등록을 통해 체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회상장 수법에 대해 성 교수는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의 내부자들이 기업 결합 대상인 상대방 법인의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도 규제범위에 포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잘 만들어진 영화도 ‘옥에 티’는 있게 마련이다.

영화 속 금융감독원 조사관으로 나오는 이재학(김승훈)이 사무관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그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작전을 감시하고 경찰을 대동해 현행범을 체포하며, 이들을 검찰 고발 조치하겠다고 고지하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제재 업무를 위탁받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정부기구가 아닌 민간기구인 만큼 공무원 5급에 대한 호칭인 사무관으로 불러서는 안되며, 금감원 직원은 체포와 같은 인식 구속에 관여할 권한도 없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실시간 주가 감시를 하지 않으며, 검찰 고발은 금감원이 아니라 증권선물위원회의 권한이라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시세조종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영화를 호평한 성 교수는 “탐욕과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투자만이 궁극적으로 주가조작 없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보장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월 스트리트’(Wall Street)를 증권법적으로 고찰한 논문(2006)을 쓴 적도 있는 성 교수는 ‘작전’에 이어 다음에는 미국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다룬 영화 ‘인사이드 잡’(Inside Job)에 도전한다.

그는 “파생상품 규제에 실패해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과정을 다룬 이 영화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이를 알기 쉽게 분석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