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전문의 1천600명 배출하고도 환자에 ‘쉬쉬’>

<치과전문의 1천600명 배출하고도 환자에 ‘쉬쉬’>

입력 2013-07-29 00:00
업데이트 2013-07-2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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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기존 치과의사 권리 모두 보장할 개선책 시급”

내년부터 동네 치과의원도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치과전문의가 운영하는 ‘교정치과의원’이나 ‘소아치과의원’이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의치과의 ‘진료 제한’ 문제를 풀려는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이 기존 치과 개원의의 반발로 발목이 잡히는 등 준비 부족으로 환자들의 혼란과 부담이 늘지 않을까 우려된다.

◇ 치과전문의 배출 6년째인데’전문의 치과’ 안 보이는 이유

1962년 전문의시험 파행 이후, 1998년 ‘시험 불실시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결정 이후에야 치과전문의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전문의제도를 수용하게 된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는 2001년 대의원총회에서 전문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소수 전문의제’ 시행에 합의했다.

내과·소아과·외과 등 의과처럼 의사 대부분이 전문의로 배출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치과는 ‘다수 일반의, 소수 전문의’ 체계로 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여기에는 전문의가 많아지면 경쟁에 뒤처질까 우려한 기존 개원의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치과계는 당시 소수 전문의제를 지키려고 치과의원에는 전문의를 표방하지 못하도록 하기로 했다. 전문의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면 전문의가 되려는 동기가 크지 않을 것이므로 소수 전문의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치협의 건의를 받아들여 2008년까지 치과의원에 전문과목 표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의료법 개정에 찬성해줬고 2008년이 되자 다시 이를 2013년까지로 연장했다.

사회적 비용을 들여 치과전문의 제도를 도입했으면서도, 정부와 치과계의 합의에 따라, 정작 환자들은 누가 전문의인지조차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사랑니 뽑기처럼 위험한 시술을 받으려고 해도 동네 치과 중에서는 누가 구강외과전문의인지 쉽게 구별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 “전문과목 외 진료금지, 환자 불편·부담 우려”

전문과목 표방 금지 규정은 내년부터 풀린다. 그러나 인기가 많은 교정과나 소아치과 등을 빼고는 실제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곳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정부와 치과계는 전망한다.

2011년에 법을 고쳐 전문과목을 표방한 치과는 다른 분야 진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정치과를 내건 치과의원은 교정치료에 앞서 필요한 충치나 잇몸질환 치료를 할 수 없어 환자한테 다른 치과에서 이런 치료를 먼저 받고 오도록 해야 한다.

전문치과의원의 진료 제한 규정은 전문과목을 내세우려는 동기를 억제해 ‘소수 전문의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보건 당국은 내년에 전문치과의원이 등장하더라도 진료 제한 규정 때문에 환자의 불편과 비용이 커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반의가 볼 수 있는 진료를 치과전문의에게 금지한 이 규정은 과잉금지와 환자권리 침해 등의 이유로 위헌 소지도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런 걱정 탓에 복지부는 전문과목별 진료 허용범위조차 정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전문치과 진료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기존의 치과의사들이 일정 과정을 이수하면 ‘치과통합임상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경과규정을 담은 치과전문의제도 개선방안을 작년 말 마련했다. 그러나 개원의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복지부의 한창언 구강생활과장은 29일 “환자 알권리와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치과계 내부에서 합의하지 못했기에 정부가 ‘개선방안’을 강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전문의 표방 치과 늘면 환자에 되레 손해”

이에 대해 치과 개원의 단체는 전문과목 치과를 소수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과목 표방을 억제하지 않으면 기존 치과의사도 형식적인 교육만으로 대부분 전문의가 되려 할 것이고, 다수 전문의 체제가 되면 결국 국민의료비만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훈 대한치과개원의협의회장은 “대부분의 치과의원 진료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치과의사로 충분하다”며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않는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다면 환자 불편·부담이 늘어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과전문의가 많이 배출됐다고 해도 치과의원에서 표방하는 곳이 거의 없다면 소수 전문의제가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치과계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소수 전문의제’가 무너진 데다, 전문치과의사가 아닌데도 ‘전문’을 표방하는 곳이 많아 환자 권리 보장을 위해선 이대로 치과전문의 제도를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치협의 한 관계자는 “이미 치과의사의 34%가 전문의로 배출되는 등 ‘소수 전문의제’는 깨졌다”며 “환자와 기존 치과의사의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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