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안드는 전세’ 렌트푸어 구제 실효성 논란

‘목돈 안드는 전세’ 렌트푸어 구제 실효성 논란

입력 2013-07-29 00:00
업데이트 2013-07-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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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 달 은행권에서 일제히 출시되는 ‘목돈 안드는 전세’ 상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정부와 금융권은 ‘렌트푸어(주택 임차 비용에 고통받는 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빌리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목돈 안드는 전세 Ⅰ’,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은행에 넘기는 대신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는 ‘목돈 안드는 전세 Ⅱ’ 등의 상품을 내놓으려고 막바지 준비 중이다.

최근 전세가격이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면서 전세자금 마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을 받지 않거나 대출을 받더라도 저금리에 빌릴 수 있게 해줌으로써 세입자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과 전문가 사이에선 이들 상품이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렌트푸어를 구제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소득보다 1.5배, 집값보다 3배 오른 전세가격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은 2008년 말 대비 30.9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인 10.21%의 3배에 이른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에만 2.75%에 달한다.

전세가격이 치솟는 배경으로는 주택 매매심리가 꺾여 여유가 있는 세입자들이 매수를 꺼리는 현상, 저금리 등에 따른 집주인의 월세 선호,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 등이 꼽힌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소득 상승률을 훌쩍 웃돈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평균 명목소득은 419만3천원으로 2008년 4분기의 가구 소득 337만1천원에 견줘 19.6% 오르는데 그쳤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전세가격을 따라잡지 못해 전세자금을 마련하느라 허덕이는 이들이 ‘렌트푸어’다. 다른 ‘푸어’와 마찬가지로 개념 정의가 모호하지만, 많게 잡아 약 240만가구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201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의 30% 이상을 집세로 쓰는 ‘임대료 과부담 가구’는 2년 전보다 48만2천가구(25.3%) 늘어난 238만4천가구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전세가 68.0%(162만1천가구)로 가장 많고,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 월세가 27.7%(66만1천가구), 월세가 4.2%(10만1천가구)다. 전세 세입자의 42.8%, 보증부 월세 세입자의 20.4%, 월세 세입자의 23.1%가 소득의 30%가 넘는 집세를 부담한다.

전세를 얻으면서 금융권에 지는 빚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최근 2년 새 약 2.7배로 늘었다.

최근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한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 1억2천만원을 빌렸다는 지방직 공무원 김모(35)씨는 “요즘은 결혼할 때 집을 사려고 대출하는 게 아니라 전세를 구하려고 대출하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렌트푸어는 전세자금 마련 부담 뿐 아니라 집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마저 노출됐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은 올해 수도권에서 주택이 경매된 경우 임차인의 약 80%가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 ‘목돈 안드는 전세’ 실효성 의문

렌트푸어 문제를 잡으려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가 이르면 다음 달 출시되는 ‘목돈 안드는 전세 Ⅰ·Ⅱ’다. 첫 번째 상품은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을 올려야 하는 세입자, 두 번째 상품은 새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주요 대상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 Ⅰ은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임차보증금처럼 손에 쥐는 대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가령 보증금 1억2천만원에 전세를 살다가 3천만원을 올려 재계약해야 하는 경우 집주인이 3천만원을 대출받고, 이에 대한 이자(금리 연 5% 적용시 월 12만5천원)를 세입자가 낸다.

가장 큰 위험은 ‘생면부지’인 세입자가 이자를 연체하거나 아예 내지 않는 일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연체자가 될 위험이 있어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을 선다.

세입자 부부합산 연소득이 6천만원 이하에 집값이 수도권 3억원, 지방 2억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70%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5천만원, 지방 3천만원이다. 세입자 대신 대출을 받는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혜택과 이자 납입액의 40%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본다.

금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LTV가 주택담보대출보다 10∼20%포인트 높고 후순위 근저당을 설정할 가능성이 커 연 4%대 중반 이하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고 본다.

목돈 안드는 전세 Ⅱ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식이다. 전세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은행이 보증금을 가져갈 수 있고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은행이 금리를 다소 낮출 여력이 생긴다.

금융당국은 현재 1억5천만원인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한도를 다소 상향하는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보증 한도가 사실상의 대출 한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 제도가 렌트푸어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회의론도 많다.

공급자 중심인 전세 시장에서 과연 집주인이 소득공제와 소득세 감면 혜택만 노리고 세입자를 위해 대출하는 수고를 자청할지가 가장 큰 문제다. 집값이 내려 기존 대출의 LTV가 70%에 육박하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집주인에 대한 유인책이 너무 부족하다”며 “어떻게든 전세를 얻으려는 세입자가 줄을 선 마당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하고 전세 계약까지 연장해주는 집주인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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