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자재시장, 미국·중국 정책 압박에 ‘사면초가’

세계 원자재시장, 미국·중국 정책 압박에 ‘사면초가’

입력 2013-07-29 09:11
업데이트 2013-07-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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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행 원자재사업에 전방위 공격…JP모건 손들어중국도 과잉생산 감축…원자재 가격 하락 가속 조짐

세계 원자재시장의 장기 호황이 끝나가는 가운데, 미국이 원자재 시장 규제에 착수하고 중국도 과잉생산 감축에 나섰다.

그 결과 원자재시장의 입지가 한층 좁아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속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 미국 은행들, 전방위 압박에 원자재 사업 철수 시작

미국에서는 원자재시장을 좌지우지해온 월가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등 당국과 의회가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게다가 제조업계도 은행들의 원자재시장 조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공격에 가세하는 등 은행들을 둘러싼 포위망을 옥죄고 있다.

가장 먼저 백기를 든 곳은 JP모건으로 이 은행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원자재 실물 투자 사업의 매각이나 분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JP모건과 함께 원자재 실물 사업의 이른바 ‘빅3’ 은행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도 원자재 사업체의 매각을 모색 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들 은행은 애초 원자재 실물 사업이 금지돼 있었으나, 연준은 지난 2003년 시티그룹을 시작으로 은행들의 원자재 실물 사업을 허용해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선박·광산·창고·송유관·발전소 등 갖가지 자산을 사들이면서 원자재 실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연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이른바 ‘빅3’가 보유한 원자재 실물 자산은 각각 143억 달러(약 15조9천억원), 77억 달러, 67억 달러에 달한다.

은행들이 이렇게 원자재 실물 시장을 휘두르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했으나, 원자재를 실제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은 은행들의 시장 왜곡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최근 미국 맥주회사들의 단체인 맥주협회는 은행들이 맥주 캔에 쓰이는 알루미늄의 공급 병목 현상을 일으킨 탓에 2010년 이후 매년 약 30억 달러(약 3조3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세계적 맥주회사 밀러쿠어스도 성명에서 “알루미늄을 공급받으려면 18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오늘 원자재를 받으려면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며 은행들의 행태를 중단시켜줄 것을 연준에 촉구했다.

한 예로 골드만삭스가 2010년 인수한 창고업체 메트로인터내셔널트레이드서비스의 경우 알루미늄을 이 창고에서 저 창고로 옮겨 보관비를 올리고 물량 부족 상황을 만들었다고 이들 업체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은행의 원자재 실물 사업을 다시 금지하는 방안의 검토에 나섰으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골드만삭스 등 은행들의 원자재 사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도 지난 23일 관련 청문회를 열어 은행들의 원자재 사업을 성토하고 9월 추가 청문회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이런 와중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마저 떨어지면서 은행들은 원자재 실물 사업에 대한 매력을 잃고 있다.

은행 정보업체 콜리션에 따르면 세계 10대 투자은행의 원자재 거래 수입은 지난 2008년 약 140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60억 달러로 50% 이상 급감했다.

◇ 중국, 제조업 과잉생산 감축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정부가 경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제조업 과잉생산에 대한 대대적 ‘칼질’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철강·금속·시멘트·종이 등 19개 산업 1천400여개 업체에 대해 과잉 생산능력 감축을 지시했다.

정부는 신쟝톈산(新疆天山)시멘트 45만t, 우한(武漢)강철 40만t, 산둥천밍(山東晨鳴)제지 28만여t 등 업체별로 과잉 생산용량을 명시해 올해 말까지 생산라인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치로 시멘트 9천200만t 이상, 강철 700만t 이상의 생산용량이 사라질 것으로 장지웨이 노무라홀딩스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그간 과잉생산으로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기업별 채산성이 악화한데다, 7월 제조업 경기 지표가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둔화세도 뚜렷하다.

이에 따라 리커창(李克强) 총리 경제팀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개혁이 중요하다며 과잉생산 억제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 등 주요 11개 원자재 상품시장의 세계 수요에서 33.2%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관련 원자재 수요는 한층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원자재 가격 하락세 가속화

이처럼 원자재시장을 뒤흔드는 악재가 잇따르면서 원자재 가격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19개 원자재의 가격을 나타내는 원자재시장의 대표적 지수인 CRB 지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1년 4월 말에 최고점을 찍었다가 이후 이달까지 23.2%나 떨어지는 등 꾸준히 하락했다.

특히 미국 규제 이슈가 본격화된 22일부터 지난 26일까지 2.3%가 내려가 앞으로 하락 추세가 계속될 수도 있다.

당장 JP모건과 같은 거대 업체가 철수하면서 원자재시장의 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JP모건이 사업체를 분사하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겠지만, 동종 업체에 매각하거나 그냥 문을 닫으면 유동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많이 하락한데다 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작년부터 대형 기관들이 원자재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며 “대형 은행의 사업 철수는 향후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중국에서도 산업 활동이 둔화하면서 과거처럼 세계 원자재 시장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대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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