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뚫고 ‘북극 바닷길’ 시대 연다…경제성 기대

얼음 뚫고 ‘북극 바닷길’ 시대 연다…경제성 기대

입력 2013-07-25 00:00
업데이트 2013-07-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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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국내 해운사 최초 유럽서 북극항로 거쳐 원유 수송

2009년 7월 23일 독일 화물선 2척이 3천500t의 건설 자재를 싣고 울산항을 출발했다.

이들 선박은 러시아 시베리아의 항구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화물을 날랐다.

선사 측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인도양 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거리가 30%가량 단축된 덕분에 30만달러를 절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상업용 선박이 북극해 북동항로를 지나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항해한 최초의 사례였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2009년을 시작으로 한국을 기항하는 북극항로 항해 선박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 해운사가 북극항로에 뛰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25일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수립한 ‘북극 종합정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다음 달 말이면 현대글로비스가 우리 선사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에서 한국으로 원유를 수송하게 된다.

윤진숙 해수부 장관은 지난달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우리 선사가 8월에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북극항로 개척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인 화물 품목이나 기항지, 일정 등은 다음 달 초까지 확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고철 운송을 검토했다가 경제성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현대상선은 올해 한진해운과 공동으로 철광석, 조선해양 기자재 등을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북극항로로 운송할 화물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빙하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있으니 화주들이 꺼린다”고 말했으며 다른 회사의 관계자는 “당장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지날 때보다 연료비를 20% 정도 줄이고 운하 통행료와 해적 대비 비용도 낼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얼음을 깨고 나가는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하고 떠다니는 얼음에 부딪혀도 잘 견디는 내빙선을 빌려야 하며 보험료도 올라가는 부담이 있다.

해수부도 이 같은 사정을 잘 알지만 ‘10년 뒤’를 보고 지금부터 시범운항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선사들을 독려하고 있다.

전기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북극항로의 경제성과 관련, 정부가 나서서 러시아 쇄빙선 요금을 낮추도록 했다면서 “경제적 이득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시범운항은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좋은 기회”라면서 “2009년부터 외국 선사들이 흑자를 낸 걸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북부 야말반도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해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게 될 2018년에는 북극항로가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동쪽 베링해협을 지나 북쪽 북극해를 지나가는 북극항로는 총연장이 1만3천㎞로, 부산항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전통적 항로(2만㎞)에 비해 30% 정도 짧다. 운항 기간도 40일에서 30일로 10일가량 짧아진다.

북극항로를 이용해 운송된 화물은 가스 컨덴세이트(초경질 원유), 철광석, 항공유, 석탄 등 연료가 대부분이다.

노르웨이의 선박소유주연합에 따르면 북극항로의 물동량은 지난해 126만t에서 2020년이면 5천만t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는 불과 4척이 북극항로를 이용했지만 북극 빙하가 340만㎢로 사상 최저 규모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46척이 북극항로를 이용했다.

북극항로의 연중 운항 가능기간은 7∼11월로, 이 가운데 8∼10월 3개월이 얼음이 적어 최적의 시기로 꼽힌다. 운항 기간은 해빙의 영향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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