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테스코 ‘탄소제로’ 매장 가보니

英테스코 ‘탄소제로’ 매장 가보니

입력 2011-07-04 00:00
업데이트 2011-07-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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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북동쪽으로 버스를 타고 2시간쯤 걸려 도착한 케임브리지 헌팅던의 테스코 램지점은 통나무로 된 건물이 먼저 눈에 띄었다.

스웨덴산 낙엽송을 써 건물 외벽과 기둥을 세웠는데 철재보다 나중에 쉽게 재활용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환경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더 심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곳은 영국 최대 유통기업인 테스코그룹이 2050년까지 이루고자 하는 ‘탄소 중립 기업 계획’의 시발점이다.

테스코그룹은 2009년 12월 시작한 램지점을 ‘세계에서 처음 시도된 탄소 제로(carbon-zero) 매장’이라고 선전한다.

매장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에너지보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적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절감하려는 테스코 램지점의 노력은 입구에서부터 알 수 있다.

문을 두 번 통과하는 현관 형식으로 만들어 매장 내부의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주차장엔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었고 주변 가로등과 신호등은 태양열로 불을 밝힌다.

화장실과 세차장에서 쓰는 물은 지붕에서 받은 빗물로 대신한다.

천장은 반투명 패널이 있어 자연채광을 최대화했고 햇빛을 거울로 반사해 건물 안까지 끌어들여 조명 대신 쓰는 썬 파이프(sun pipe)라는 시설도 전기 절감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은 동작 감지 센서를 달아 사람이 있을 때만 불이 켜졌고 매장의 밝기를 감지해 자연채광 상태가 좋으면 전깃불이 자동으로 어두워졌다.

일반적인 매장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집어들기 쉽도록 개방형으로 된 냉장 매대엔 미닫이 문이 달려 냉장고에 쓰는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매장에서 쓰는 전기와 열은 바로 옆 열병합발전시설에서 자체 공급한다. 식물성 기름과 생선 기름을 원료로 쓰는 이 발전소는 남는 전기를 영국 전기회사 ‘내셔널 그리드’에 판다.

총넓이 3천500㎡(약 1천100평) 규모의 이 건물과 시설을 짓는데 일반 매장보다 30% 정도 많은 200억원이 필요했는데 15년 정도면 이 비용을 다 거둬들일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램지점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역점을 두는 것은 지역사회와 연결된 ‘로컬’(local) 판매 방식이다.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채소, 축산물을 파는 방식으로 운송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임과 동시에 대형 유통업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가깝다 보니 재고량도 75% 정도 줄었다. 당연히 재고품을 쌓아두는 창고가 작아졌고 이를 유지하는 에너지도 줄었다.

탄소 제로 매장이라는 소문이 나자 램지점보다 더 큰 대형마트가 있는 인근 도시에서도 손님이 찾아 1년 만에 주당 매출이 30만파운드에서 40만파운드로 늘었다.

마크 스틸 지점장은 “매장을 연지 1년이 지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램지점이 배출한 탄소량은 889t으로 같은 크기의 다른 매장보다 57% 적었다”며 “이 탄소배출량은 열병합발전소의 발전량으로 상쇄돼 수치상으로 ‘탄소제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테스코 그룹은 이 곳을 비롯해 영국에 탄소 제로 매장 3곳을 운영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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