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서의 각양각세(世)] 갑(甲)카오와 오징어 게임 평행이론/나우뉴스부 기자

[송현서의 각양각세(世)] 갑(甲)카오와 오징어 게임 평행이론/나우뉴스부 기자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입력 2021-09-29 17:00
수정 2021-09-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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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서 나우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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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싸움이나 경기에서 이긴 사람이나 단체가 이익 따위를 다 차지함을 이르는 말이다. 승자독식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일상 곳곳에 존재하며, 때로는 소수의 승자가 이익을 독식하는 것도 모자라 장기간의 독점을 차지하면서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 독점 이슈의 중심에 선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골목상권 침해 플랫폼 갑질 논란이 일면서 ‘갑(甲)카오’라는 오명을 얻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시민단체는 카카오의 플랫폼 독점으로 수수료 비용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카카오만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랫폼의 특성인 승자독식의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아마존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진출하는 영역마다 기존의 오프라인 강자들이 망하는 현상을 비틀어 ‘아마존당한다’(to beAmazoned)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카카오를 넣어 ‘카카오당했다’라고 쓴다. 결국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를 ‘혁신의 상징’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오는 10월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다.

카카오 사태를 보는 시민들은 독점을 우려하거나 혹은 카카오가 가져다준 편의성을 옹호하는 등 양분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이 적자 출혈을 견디며 초기 이용자 확보 경쟁에서 승리하면 승자독식을 하게 되고, 이후 규제의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구조라고 설명한다.

다만 공통점은 그 어떤 쪽도 승자독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개인이 또는 특정 기업이 승자독식을 달성하기까지 수많은 ‘패자’(또는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의 구조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맞닿아 있다. 드라마 속 게임 설계자들은 게임이 매우 민주적이고 공평하게 진행된다고 강조한다. 누구도 게임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지 않았고, 참가자가 모두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틀리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 승자가 거액의 상금을 독식하게 되는 과정에서 패자가 된 나머지 참가자들은 목숨을 잃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게임을 원했고, 모두가 공평한 조건에서 경쟁한 것이니 패자의 피해는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카카오 사태에 빗대어 본다면 카카오의 승자독식은 결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양분 삼아 얻은 결말일 수 있다. 이용자들이 카카오의 강요 없이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상생을 짓누르고 피해를 낳는 독점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일 리 없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사회의 승자들은 패자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승자들은 패자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승자독식 주인공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기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2021-09-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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