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 803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광현 803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강원식 기자
입력 2016-07-03 14:51
업데이트 2016-07-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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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에서 살해된 선장과 기관장, 온몸 23곳에 깊은 상처 발견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에서 베트남 선원에게 살해된 한국인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는 부검 결과, 온몸에 23군데 깊은 상처가 발견됐다. 따라서 경찰은 잔혹한 살해 수법을 봤을 때 우발적이기보다는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광현호 선상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해양경비안전서(해경)는 3일 경남 양산시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지난 2일 오전 실시한 부검결과 선장은 머리·목·등·팔·얼굴·다리 등 온몸에 15군데, 기관장은 8군데 깊은 상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양씨 등이 장기손상과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2주쯤 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심하게 훼손된 시신 상태는 피의자들이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평소 원한이나 적대감에 따른 계획적인 살인임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장과 기관장 시신은 지난달 30일 세이셸 현지 병원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치는 항공편으로 지난 1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운구 차량으로 부산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부검을 마친 시신을 인계받고, 선사 측과 보상·장례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경은 베트남 선원 B(32)씨와 V(32)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 1일 발부됨에 따라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에 들어갔다. B씨 등은 선장과 기관장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범행을 시인했지만, V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이어 계속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들이 선장과 기관장으로부터 평소 욕설과 구박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 술을 마신 뒤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와 공모 및 공범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살인에 이용된 참치처리용 칼과 피의자 2명의 지문·혈액·손톱·구강세포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해 흉기에 묻은 혈흔, 땀 등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사건 발생시각 광현호가 있던 인도양 해역에 비가 내렸고 범행 도구인 칼이 선체 외부에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피의자 지문이나 혈흔 등이 빗물에 씻겨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경은 증거자료 및 피의자 DNA 비교·분석결과와 현장 감식, 참고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필요하면 피의자·참고인 대질신문도 벌여 선상살인 사건의 경위를 정확하게 밝혀낼 계획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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